뉴질랜드에는 ACC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Accident Compensation Corporation의 약자로 직역하자면 사고보상공단 정도 되겠어요.
뉴질랜드 내에서 사고로 몸을 다치거나 사망한 경우 ACC에서 커버해줍니다.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뉴질랜드 국민이든, 외국인이든, 피해자이든 가해자이든 일단 뉴질랜드 내에서 사고로 인해 다치거나 사망했다면 이에 대한 (일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대신 고소는 못합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가 나서 다친 경우, ACC에서 커버를 해주기 때문에 가해자를 상대로 한 보상금 청구와 같은 고소 등은 불가합니다. 애초에 이런 어려움을 막고자 ACC는 내/외국인, 피해자/가해자를 막론하고 커버해주고 있어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사고”예요. 따라서 일반적인 질병 및 사망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똑같이 손목이 다쳤더라도:
A) 내가 지속적으로 손목을 사용하여 아픈 경우는 ACC 보상을 받을 수 없지만,
B) 어느날 무거운 것을 들다가 ‘사고로’ 손목이 삐끗 나간 경우는 ACC 해당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질병이나 노화로 인한 사망은 ACC 해당이 안되지만, 교통사고 사망은 ACC 보험금이 지급됩니다.
물론 예외 사항들이 많고 케이스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참조해주세요.
아무튼 뉴질랜드에선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ACC 커버를 받다보니 그만큼 웃픈 사연들도 많아서 오늘은 이 중 몇 가지를 소개하려 합니다.
1. 이상하고 구린 크리스마스 사고들
오죽 사건 사고가 많이 발생했으면 ACC는 홈페이지에 다양한 사연을 올려 전하고 있습니다. 읽다보면 정말 웃픈 경우가 너무 많은데요. 그 중에서 2020년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벌인 캠페인을 소개할게요. 이름하여,
가사: On the first day of Christmas NZ gave to me, a bunch of weird festive injuries.
해석: 뉴질랜드 크리스마스 연휴 첫날, 괴랄한 연휴 부상을 뭉탱이로 당했어요.
Twelve Days of Christmas 캐롤송을 개사한 작품입니다. 위에 소개한 영상은 Day 1 에피소드이고 아래의 유튜브 플레이리스트에서 나머지 클립과 NG모음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View video
참고로 이 포스트 편집을 위해 사무실에서 해당 영상들을 계속 틀어대는 바람에, 사장님께서 일에 집중을 못하셨어요. 멈출 수 없는 흥얼거림ㅠㅠㅠ 수능 금지곡으로 지정해야 할 정도로 중독성 있는 노래니 꼭 들어보세요!
2. 영국 토크쇼에 소개된 뉴질랜드 손가락 절단 에피소드
아래 영상 중 4:38부터 나오는 닉의 이야기에 주목해주세요.
이야기 속 주인공은 ACC로부터 보상을 받았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영국의 유명 토크쇼 Granham Norton Show에 나온 키위인데요. Nick이 전한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뉴질랜드에 살 때 구급대원으로 일했었는데 어느날 손가락 세 개가 절단된 남자를 후송하게 됐답니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 환자에게 “아니, 나이가 40인데 어떻게 예초기 밑에 손을 넣으면 안된다는 걸 모를 수 있냐?” 물었더니 그 남자 하는 말, “낮에 운전하면서 지나다가 어떤 사람이 예초기를 들어서 옆구리에 끼고 생울타리 앞쪽을 깎는 걸 봤다”면서 기똥찬 아이디어란 생각에 집에 와서 똑같이 따라했다가 이 사달이 났다고 했답니다. 아무튼 병원에 도착해 의사를 만나려 접수대로 향하는데 한 남자를 지나치게 됐대요. 그런데 갑자기 손가락 잘린 남자가 소리치는 말 “저 사람이 아까 내가 말한 그 사람이야!”
자막 내용(4분 38초부터)
– Hello
– Hi, what’s your name, sir?
– My name is Nick.
– Nick, lovely. Where are you from, Nick?
– I am from NZ, but I live here.
– Oh, you live here.
– What do you do here?
– I am a paramedic.
– A paramedic! a proper job. I am glad you here.
– Okay, off you go with your story, sorry, sir.
– Uh, so when I was a paramedic back in NZ, one Sunday afternoon, I went to a guy who chopped three fingers off with the lawnmower. And we packaged his hand up, we had to look for his fingers in the bushes and the hedge, and everything like that. And we rushed him to hospital because if they get to hospital in time, they can reattach the fingers. And on the way to the hospital I said “you are 40 years old, how do you know not to put your hands at the bottom of the lwanmower?” And he said “I was driving home this afternoon and I saw a guy had picked up the lawnmower, turned it on his side and walked across the front of the hedge”, and he said “it’s a brillent idea.” So he did his lawns and then he did that. As he turned up to hospital we walked into reception to see the surgeon. And we walked past another person and he said “Hey, that’s the guy I saw with the lawnmower!!”
3. 여러분, 양파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2018년 한 뉴스에 따르면 2013년부터 약 6년간 양파로 인한 ACC 사고 접수가 3,000건이 넘었다고 합니다. 저도 양파때문에 남몰래 눈물 흘린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다친 줄은 몰랐어요.
Onions really are dangerous: 3000 ACC claims for injuries
기사에 따르면 (양파를 요리하며) 데이거나 베이면서 연조직에 상처를 입은 경우가 대다수지만 양파때문에 넘어져서 생기는 사고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고 해요.
아래의 사진처럼 뉴질랜드에서는 종종 대형 마트 입구에서 BBQ 모금 행사를 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근처를 지나다 떨어진 양파를 밟아서 미끄덩 넘어져 다쳤나봐요. 하다하다 못해 Bunnings란 마트는 BBQ 모금행사를 할 때 반드시 식빵-양파-소세지 순으로 얹어야 한다는 안전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소세지 위에 양파 얹는 건 반칙이예요.
지글지글 소세지를 굽다가 다칠 일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소세지 사고는 25건뿐이라고 합니다. 양파가 더 무서운 걸로.
식빵에 소세지, 구운 양파, 소스를 뿌린 간단한 샌드위치지만 존맛탱!
4. 레고 밟은 아픔보다 더 최악인 것!
레딧을 읽다가 왕년에 ACC에서 웃긴 광고를 많이 했었다는 글을 본 적 있어요.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2000년대 초반(추정) ACC 광고인데, 저는 보는 내내 저러다 더 큰 사고가 나는 게 아닐까 조마조마했어요.
자막 내용
– Woman: KIDS have bundles of energy but they need the right snacks to keep them going. That’s why I give my kids ‘Fuirt-E bars’
– Narration: Preventing trips around your home can be as easy as tidying up toys.
해석
–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치죠! 그래서 좋은 간식을 먹여야 해요. 제가 Fruit-e bars 를 저희 애들에게 주는 이유랍니다! 철푸덕
– 집 안에서 자빠지지 않도록 대비하는 일은 장난감을 정리하는 것만큼 쉽습니다.
오늘도 뉴질랜드는 평화롭습니다.